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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안되고 건물주만 돈벌어
등록날짜 : 2015-02-13 HIT :3087

장사는 안되고 건물주만 돈벌어 
'화려함 뒤 한숨' 바오젠거리 불편한 진실

 

임대료 상승세 속 서울 명동 수준 권리금 청정부지
중국인 대체 후 단골 실종 '야간 공동화' 상권 위축


국제시장 '꽃분이네' 사정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제주에도 서울 명동 수준의 상가 권리금까지 등장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천정부지로 뛰는 임대료에 눈물을 머금고 20년 장사를 접은 상인도 있다. '특색 거리'라는 포장 이면에 '공동화'위기를 겪고 있는 신제주 바오젠 거리의 현실이다.
 
권리금 등 천정부지
 
12일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3년 전국적 이슈가 됐던 임차인 문제는 진행형 그 이상이었다. 대부분 상가가 최근 1~2년새 임대료가 갑절 이상 뛰었다. 테이블 6개 규모의 한 음식점은 지난해까지 1000만원이던 임대료를 올해 4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목 좋은 한 점포는 불과 며칠 전 명도소송 통지를 받았다. 전체 건물 중 '꼭 집어' 해당 점포가 위치한 부분에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 2013년 재건축을 이유로 입주 상인들에게 나갈 것을 요구하며 논란이 됐던 상가 건물은 아무런 보수 흔적 없이 건물주가 운영한다는 업체가 입점해 있었다.
 
지난해까지 3억 3000만원이던 권리금 최고액은 올해 '5억 5000만원'대의 등장으로 뒤로 밀렸다. '권리금 5억원대 상가'는 서울 명동이나 최근 잘나간다는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나 보던 것이다.
 
상당수가 상가 위치와 영업상 이점 등에 대한 대가로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 외에 관행적으로 챙기는 '바닥권리금'인 탓에 현 제도상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다.
 
심지어 권리금을 흥정하는 기획 부동산의 개입도 심해졌다. 15m²남짓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하루에도 몇 차례 '권리금을 올려주겠다'는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중국'후유증 심각
 
바오젠 거리의 인지도만 놓고 본다면 이런 흐름은 상권 활성화에 따른 변화로 읽을 수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해당 상권은 매장의 80% 정도가 오후 늦게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영업을 하는 등 일반적인 상권과는 차이가 있다. 전체적인 고객 수는 전과 비슷하거나 늘었지만 상당수 중국인으로 교체되면서 점포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매장 등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음식점 등은 1~2년과 비교해 매상이 60~70% 감소했다. 몇 안 되는 '우리나라'손님들에게 "이 건물도 중국인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 것은 이골이 날 지경이 됐고, 중국인들이 빠져나간 오후 12시 이후는 아예 거리가 텅 비는 등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가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점포 시설비와 영업권 등 자릿값)을 보호한다며 지난해 9월 24일 발표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수개월째 국회 표류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오는 24일 이 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점포 세입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밖에서는 바오젠거리에 있으니 돈을 번다고 하지만 여기서 돈을 버는 것은 건물주밖에 없다"며 "제도적으로 도와준다고 기다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대로 거리로 나가야 하나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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